안개속 달리기. 어쩌든 해본다는 것

2023. 2. 9. 00:06달리는 나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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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에 달려보겠다고 나갔는데 안개가 너무 자욱한 거예요. 사진에서 보다 더 심하게 몇 미터 앞이 안 보일 정도였어요. 혼자 나간 거라 약간은 무섭기도 해서 그냥 들어갈까 갈등도 되었지만 저기 멀리서 또래 여자분이 안개속을 뚫고 달려 나오는 거 아니겠어요? 저 사람과 나의 차이가 무엇이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보다가 그냥 뛰어보기로 했습니다. 알 수 없는 저 안갯속으로 내 발로 들어가 보는 것이지요.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멀리 서는 뿌옇던 그곳이 한발 한발 내 발을 내딛으니까 당장 달릴 수 있는 내 앞 거리는 너무 잘 보이는 겁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직접 보았을 때 느끼는 희열은 또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멀리서만 보고 판단하고 혼자 생각만 하면서 안될 거다 어려울 거다 하며 포기해 버린 적이 많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가까이 다가가서 직접해 보면 막상 별것 아닌 것을 수도 있고, 생각했던 것보다 내가 잘할 수도 있고, 어렵긴 하지만 한 단계씩 차근차근하다 보면 충분히 해나갈 수 있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달리기 (마라톤)도 그랬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달리기를 하는 사람을 저와는 다른 세계 사람으로 생각했었고, 마라톤을 나가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여겼으니까요. 아무튼 안개속 달리기를 하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본 시간이었네요.



마흔이라는 나이를 지나면서 되돌아보면, 엄마가 되면서 아이를 키우며 아가씨때는 상상도 못 할 만큼 강해진 부분도 물론 있지만 또 다른 영역에서는 겁이 많아졌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20대에는 당연히 했을 것을 망설이는 자신을 보면서 나 자신으로 살아오지 못한 30대의 시간을 후회하기도 하고 자책을 많이 했어요. 새로운 시작이 될 40대의 초입에서 다시 용기를 내 살아보려고 합니다. 거창하게 용기까지도 필요 없지요. 그냥 해본다는 자세, 어쩌든 시도해 본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50살이 되어서 지난 40대를 후회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장거리를 뛸 정도의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어야만 달리기를 하러 나갔던 패턴도 바꾸고, 한시간이라도 여건이 된다면 5k도 충분하다는 자세로 바꾸었어요. 작은 것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큰 이벤트들이 주는 기쁨도 있지만 행복은 빈도라는 말을 새기며 매일 일상의 작은 시도들로 나의 하루를 가득 차게 만들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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