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17. 03:38ㆍ달리는 나의 하루
컨디션이 좋아서 토요일, 월요일 장거리 달리기를 했어요. 이날은 스트라바만 켜고 달려봤어요. 몸이 가벼워서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리긴 했는데 그것을 감안해도 기록이 너무 좋게 나온 거예요. 쉬지 않는다는 것이지 항상 속도는 천천히 뛰거든요. 마일당 9분대는 처음이거든요. 아무래도 애플 와치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아요. 폰으로 켰을 때랑 애플와치로 켤 때 한 번씩 차이가 나서 믿을 수가 없어요.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아무튼 1시간 반가량을 즐겁게 달렸다는 것에 의미를 둬봅니다. 거리가 아마 9마일이 아니었지 싶어요.
월요일은 8마일을 뛰어 보았습니다. 요즘은 달리기를 하면서 지도그리기(?)에 재미가 들여서 웬만하면 다른 코스를 달려보려고 합니다. 친구랑 원정을 가기도 하고 혼자라도 다른 공원이나 트레일로 가는 용기를 내 보고 있지요. 이날도 토요일과 비슷한 속도로 뛰고 한 번도 걷지는 않았는데 11분대가 나왔어요. 걷는 구간이 없다면 이것이 제 속도가 맞는 듯합니다. 기록에 신경 쓰지 말자고 하면서 자꾸 신경을 쓰고 있네요. 아무튼 "한 시간 반을 달렸고, 걷지 않았고, 컨디션이 좋았고" 이거면 충분합니다. 이번달 까지는 한 시간 반 달리기로, 다음 달부터는 두 시간으로 늘여볼 생각입니다.
이번 달리기부터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달리기를 하는동안 그동안의 잡념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점입니다. 온전히 달리기에 집중을 하였습니다. 되돌아보면 처음 달리기를 하게 된 것도 건강보다는 정신적인 문제였고, 너무 많은 생각과 고민들을 떨쳐버리고자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달리면서는 하나하나 문제들을 곱씹으면서 생각정리를 하면서 떨쳐버리기도 하고 답을 얻기도 했었죠. 음악을 들을 때면 노래가사를 흥얼거리거나 노래에 얽힌 추억들을 떠올렸어요.
그런데 이번 달리기에서는 음악을 듣기는 했지만 무슨 음악들이었는지도 모르겠고, 아무런 생각이 들지가 않았어요. 온전히 나의 호흡과 한 발씩 내딛는 발걸음 (실로 저절로 움직이지만), 눈앞에 보이는 풍경만 바라보았다는 것이지요. 달리기라는 동적인 행위를 하면서 명상이 가능하다고 할 때 그것이 가능한 가 싶었는데 과거나 미래가 아닌 완벽하게 "지금 이 순간. 현재"에만 머무르는 경험은 아주 새로웠습니다. 항상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고 수많은 걱정들이 스치기 때문에 하루동안 머리가 쉰다는 생각이 들지가 않았는데 달리기를 하면서 몰입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작년부터 마흔 앓이를 하고 있는 제게 정말 달리기가 사람 하나 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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