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11. 23:31ㆍ달리는 나의 하루
지난 4월 1일 두 번째로 하프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였습니다. 작년 11월 이후 거의 5개월 만이지요. 첫 도전에서는 무릎통증으로 결국 6마일 지점부터 걷고 뛰고를 반복했기에 기록이랄 것은 없고 무사히 완주한 것에 의의를 두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제대로 준비해서 나가자 야침차게 다짐했지만 그 또한 계획했던 대로 되지는 않았죠. 걸을 때는 괜찮은데 달리기를 하면 정강이 통증이 있어서 대회 보름 전부터는 거의 달리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못했죠.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는 말년 병장의 마음으로 통증이 줄어들기만을 바라면서 대회날을 맞이했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경력자(?)이고 이미 10마일까지는 여러 번 뛰어보았으니 나머지 3마일은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믿음 정도는 있었습니다.
하루 전날에는 코스도 한번 둘러보고 패킷 픽업을 했습니다. 같이 대회를 나가기로 한 친구들이 각자의 사정으로 나가지 못하게 되어서 대회는 혼자 나가게 되었지만 티셔츠라도 건지기 위해 같이 챙겨주었습니다.
대회 당일.
7시 30분 출발이었는데 한시간 전부터 대회장은 분주했고 여기저기 걷고 달리며 몸 푸는 사람들이 많아서 혼자라도 전혀 뻘쭘할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마라톤은 어차피 혼자 달리는 것이고 친구가 같이 왔어도 어차피 페이스도 달라 출발그룹도 다른데 혼자 오는 것을 잠시나마 걱정했던 것이 허무할 정도였지요. 역시 무겁게 생각하는 것보다 정작 마주친 실상은 가벼울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아침 7시인데 저녁 축제 같은 분위기였네요. 벌써부터 맥주 마시는 사람들도 있고요. 응원 온 사람들일까요?
해가 밝아지고 사람들이 스타트라인에 줄을 서기 시작했어요. 이때부터는 좀 떨리더라고요. 달라스 마라톤 때는 풀코스가 없었는데 이번엔 풀 마라톤이 하프를 두 번 반복하는 코스고 출발도 같이 했어요. 대단해 보이는 사람들을 저 앞으로 먼저 보내고 저는 풀코스 5시간 그룹과 함께 섰습니다. 하프 2시간 30분이 목표거든요. 2시간 30분이면 페이스가 마일당 11분대이고 연습했던 대로만 하면 혹시 조금 걷더라도 가능한 시간이라 생각했어요. 첫 하프마라톤에서 무릎부상이 있었기 때문에 절대로 속도를 더 올릴 생각도 없었고 다치지 않고 되도록이면 걷는 구간 없이 2시간 30분 안에 완주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렇게 시작~
얼빙마라톤은 처음 5마일정도는 경치가 좋은 호수가를 돌지만 길이 좁고 꼬불꼬불했고 나머지 구간은 언덕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코스였어요. 풍경은 좋지만 도는 코스는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달려보니 그냥 좋기만 했어요. 꼬불꼬불 코스는 이미 사람들이 저만치 달려가서 복잡하지 않았고 언덕은 생각보다 가파르지도 않았고 오히려 발가락에 무리가 가지 않아서 내리막보다는 달리기가 편했어요.
짝짝짝!
13.1miles = 21.095km
공식기록 2시간 30분 8초로 페이스 11분대로 완주했습니다. (스트라바는 페이스가 빠르게 나왔네요). 정말로 딱 예상한 대로 나왔어요. 테이핑을 잘하고 나가서인지 정강이 통증은 생각보다 심하지 않았고 예상한대로 10마일까지는 해피런을 하였습니다. 어찌나 컨디션이 좋았는지 "와 이러다가 풀 나가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을 두어 번 했지요. 10마일 넘어가면서는 금방 다시 겸손해졌지만요. 😂. 다리에 쥐가 날 것 같아서 중간에 테이핑 한 부분 손본 구간 제외하고는 걷지 않고 완주를 했습니다. 800명 중에 600등 정도 되더라고요. 다치지 않고 완주했고 걷뛰를 했었던 첫 대회 2시간 50분 보다 어쩌든 빨리 들어왔으니 만족합니다. 일단 이번엔 끝까지 달렸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좋을지에 대한 그림도 그려지고요. 만족합니다. 대회 한 번씩 나갈 때마다 10분씩 줄여갈 생각이고 2시간에 가까이 간다면 풀 마라톤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2시간 30분에 들어오고 곧이어서 풀 마라톤 1등선수가 들어왔어요. 놀랍지요?
이번에 많은 러너들 중에는
1. 너무 비현실적인 속도로 달려서 내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사람들,
2. 정말로 평범해 보이지만 풀마라톤은 3시간대에 완주하는 사람들,
3. 나이가 아주 많거나 (70대이상) 아주 어린데 (초등학생) 풀 마라톤을 완주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피니쉬 라인에 들어오는 그들을 한참 바라보았는데요. 각가의 이유로 참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났답니다. 그중에서 꾸준히만 한다면 2번 사람들처럼은 될 수 있지 않을까 꿈꿔봅니다.
구간구간을 달리던 순간들이 스쳐가네요. 앞으로 한동안은 무리 하지 않고 걷기 위주로 회복하고 즐기면서 하는 달리기를 시작하려고 해요. 하반기에는 또 어떤 대회에 나가볼까 생각하니 설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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