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보다는 설렘으로 - 17km를 달리기까지

11.09 miles=17.8km

이곳도 이제 여기저기 예쁜 호박들을 볼 수 있는 완연한 가을입니다. 지난 토요일에 10마일 도전 +1, 11마일을 달려보았습니다. 앞전에는 수요일에 뛰었으니 이틀 정도 쉬어주면 이제 몸은 잘 회복 되는 것 같습니다. 대회 전까지 주 2회 장거리 달리기를 하기로 했을 때는

1. 속도를 올리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기
2. 멈추지 않을 것.

이 두 가지만 지키면 된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둘 다 잘 지켰고 이 상태로만 쭉 한다면 나머지 2마일을 혹시 못 뛰고 걷게 되더라도 하프마라톤을 완주는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달리기 초보가 10마일을 달리기까지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기로 하고 걷기에서 달리기로 넘어온 게 불과 두 달 전입니다. 블로그에 처음 남겼던 글에서 1마일조차 한 번에 달리지 못해서 0.75마일을 달리고 0.25마일을 걷는 식으로 했던 기억이 납니다. 과연 나의 도전이 가능할 일일까 싶어서 연습보다는 하프마라톤 후기 읽어보기나 훈련 일정을 비교해보기 바빴던 것 같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되었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직접 나가서 뛰어보는 것이었습니다. 달려보면 알게 됩니다. 나의 몸은 그들과 다르고 나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 또한 나 자신뿐이니까요. 하프마라톤 준비를 위한 몇 주 프로그램 같은 것이 많았지만 도저히 그대로 따라 할 엄두도 나지 않았습니다. 일단 걷는 것은 자신이 있으니 걷는 거리를 늘여보자 생각하고 한주에 1마일씩 늘여서 5마일부터 12마일까지 걸어봤습니다. 발에 물집이 잡히기도 하고 무릎이 아파 다음날 제대로 걷지 못하는 날도 있었지만, 곧 익숙해졌고 못 뛴다면 빨리 걷는 것으로도 하프 거리는 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호흡이 문제

다리에 힘이 길러지고 나서는 달리기에 있어서 호흡이 문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고등학교 이후로 뛰어본 적이 거의 없이 20년 가까이 살았는데 갑자기 달리기를 해보니 심장은 터질 듯이 뛰고 과호흡이 와서 뛰고 싶어도 뛸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김성우 님의 "30일, 5분 달리기" 책에서 코호흡에 대해서 배웠고 내가 할 수 있는 달리기란 코호흡 만으로도 편안하게 뛸 수 있는 달리기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숨이 차게 뛰었던 것은 내 능력 이상을 속도를 내기 때문이었던 것이죠. 그렇게 속도를 확 낮추고 코호흡만으로 달릴 수 있는 나의 속도를 찾았고 그렇게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중에는 계속 빨리 걷기를 하고 매주 토요일 새벽에 5K를 달려보았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달려보았더니 어느날 5K를 달리고도 호흡이 괜찮더니 10K까지 그대로 달려지는 것 아니겠어요? (처음에는 달리기도 1마일씩 올려서 달려볼 계획이었습니다.)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그리고 또 한달 후 10K까지 호흡이 괜찮더니 10마일 (16km)도 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여전히 속도는 높이지 않고 있어요. 높일 수도 없고요. 그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달리기를 해서 10마일까지 왔습니다. 빠른 걸음 정도의 속도로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이만큼 달릴 수 있다니 터질 것 같았던 내 심장도 조금씩 단련되어 온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부담보다는 설렘으로

전에는 다음날 달리기를 해야 하면 마음 한편에서 불안하고 부담감이 밀려올 때가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달리는 날이 기다려지고 설레는 겁니다. 아는 언니에게 이와 같은 마음을 전달했더니 "네가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야" 하더군요.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생각만 할 때는 걱정되고 불안했던 것들이 실천을 하고 준비되고 나면 더 이상 두려움은 존재하지 않죠. 연습을 해오는 동안에 저는 분명히 성장하고 발전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하다 보면 속도도 더 낼 수 있게 될 것이고 회복에 필요한 시간도 더 짧아지겠죠. 이번 하프마라톤 도전 이후로도 크고 작은 행사에 참여해볼 생각입니다. 설렘을 가져다주는 너무나도 신나는 일들이니까요.

Practice does not make perfect.
Pracitce makes improv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