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km 달리기_ 하프까지 거의 다 왔다.

2022. 10. 26. 14:07달리는 나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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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아침까지도 바람이 많이 불었지요. 매일 걷기를 함께 하는 친구에게 마라톤 대회날까지는 안녕을 고해 놓았는데 바람이 심해서 뛰러 나갈까 말까를 몇 번을 고민하였습니다. 공원까지 와서는 차에서 내릴까 말까를 또 고민하였지요. 주차장을 세 바퀴를 돌며 서성이던 차가 그대로 떠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맘이 내 맘 같았는데 대회까지 D-12인 상황에서 바람맞이도 훈련이다 생각하며 차에서 내렸습니다. 비가 많이 내렸어서 길이 엉망일까 걱정했던 것보다 트레일은 깨끗해서 안심이 되었고 사람이 아예 없어서 무서웠지만 없는 와중에 있는 것도 때로는 무서우니 이것은 또 담력훈련(?)이라 생각했습니다. 점점 용감해지는 것 같습니다.


12 miles=19.3km


바람을 맞으며 속도는 자연스레 평소보다 늦어졌습니다. 오늘 꼭 10+3을 해서 13마일을 완주하라는 아이들의 응원의 메세지가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적어도 10마일은 채우고 조금 더 채워보자는 마음으로 한걸음 한걸음 내딛어 달렸습니다. 달릴 때 듣는 음악으로 최종선택 한 것은 "토토가! 추억의 댄스 뮤직" 리스트입니다. 최신가요도 들어보고 피아노곡도 들어봤지만, 결국은 토토가에 정착했습니다. 한국을 떠나왔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보고 부정하려고 해도 나이를 속일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박자 맞추기에도 좋고 전곡을 따라 부를 수 있으니 저의 학창시절이었던 1990-2000대 노래를 찾을 수 밖에 없네요. 아무튼 노래를 흥얼거리며 달리다 보니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더 이상 무서움은 사라졌습니다. 한 두시간 넘어가니 날씨가 풀리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나오는 엄마들이 있어 안심이 되었습니다. 이토록 아름답고 평온한 현실에서도 어제도 고등학교 총기사고가 있었던 (뉴스속의) 끔직한 미국을 항상 의식하며 살아야 한다니 슬픈마음도 들었습니다. 이 곳에서 아이들을 무리없이 잘 키워낼 수 있을까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면서 또 날려보내고, 마음 한켠에 있었던 크고 작은 문제들도 하나씩 날려보내면서 12마일을 천천히, 그렇지만 멈추지 않고 잘 달렸습니다.


바람 때문에 나오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아름다운 풍경들을 눈에 담아갑니다. 달리기를 하면서 한시간 혹은 두시간을 보내고 나면, 이보다 더 가치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싶습니다. 달리기는 그 자체로 명상의 시간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스스로) 상담의 시간이 되어서 문제의 원인부터 파악해서 답까지 얻어서 마무리하는 경험을 여러번 하는 것 같습니다.

19킬로미터를 달려서 이제 하프마라톤까지 2km입니다. 하프마라톤 완주를 위해서 꼭 훈련을 하프 거리로 할 필요는 없지만 남은 열흘의 기간 동안 가능하면 한 번은 13마일을 달려보고 싶기도 하네요. 다리의 통증도 호흡도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낯설었던 것이 익숙해지고부터는 내 것이 됩니다. 더 이상 문제가 되지가 않지요. 오늘 달리기 이후 오는 근육통을 풀어주면서 기분이 좋습니다. 딱 지금 정도로만, 부상 없이 안전하게 하프마라톤을 완주하는 그림을 그려봅니다.



오늘 하프마라톤 확인 메일과 루트 지도를 받았습니다. 반복 구간이 있기도 하지만 저 큰 White rock lake를 한 바퀴 돌면 되는 것입니다. 겁도 없이 5K, 10K 건너뛰고 하프마라톤을 신청했을 때는 무모했지만 과거의 나를 칭찬합니다. 마흔에 저지른 도전이라고 했는데 (만) 39살로 등록된 것도 왠지 감사합니다. 30대의 끝자락에서, 새롭게 펼쳐질 40대를 앞두고 내 생애 첫 마라톤 도전을 응원합니다. 아직도 방황은 하지만, 29살에서 서른으로 넘어갈 때보다 마음이 불안하지 않고 편안해진 느낌입니다. 새벽 기상과 독서, 글쓰기 덕도 보았지만 달리기로 인해 이삼십대의 나보다 건강해진 나를 마주하고 앞으로 달리기와 함께할 나의 40대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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